3일차는 토요일.
날씨가 좋아 아침 일찍 체크아웃하고 서둘러서 한라산으로 향했다.
백록담코스는 예약제이고 겨울이 피크기간이라 빈자리 구하기가 어렵다.
당일 새벽에 취소표를 노려볼수도 있으나 체력도 안되고 준비도 많이 안되어 있어서 포기하고 윗세오름을 오르기로 했다.
영실쪽은 주차장도 협소하고 길사정도 안좋을 것 같아 어리목에서 올라보기로.

어리목 주차장은 여유롭다. 서둘러 왔는데도 거의 9시쯤에 도착.
여기 주차하고 북쪽으로 가는 사람들은 어승생악을 오르는 사람들이고 반대쪽으로 오르는 사람은 윗세오름으로 가는 사람들이다.
오늘의 코스. 어리목-사제비동산-만세동산-윗세오름대피소-남벽분기점-윗세족은오름까지 찍고 하산하는걸로.
초입부터 아이젠 박히는 기분이 좋다.
햇빛도 산 넘어오고 있고 기분 좋은 출발.
어리목계곡 다리를 지나면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계곡 가득 눈. 쫌 녹았구만~
캬~ 부러운 사람들. 윗세오름대피소에 상주하는 조사연구원들.
가파른 경사가 계속 된다. 나를 두고 가시오~~
하~ 반도 안 왔네.
어느새 경사는 완만해지고 사제비동산에 도착.
와~~ 끝내주네. 끝없이 펼쳐진 눈밭에 감탄이 멈추질 않는다.
1424m의 사제비동산. 죽은 제비를 닮았다 하여 사제비오름이라 한다고.
여기까지 딱 1시간.
만세동산을 향해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이 정도 쯤이야~
뒤로 바도도 보이고.
만세동산에서는 윗세족은오름과 윗세누운오름이 보인다.
반대쪽으로는 민대가리오름이 보이고.
1608m의 만세동산. 여기서 만세운동이라도 했나 싶었는데 이렇게 높은데서 그거해서 뭐하나.
찾아보니 이름의 유래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끝없이 눈쌓이 풍경과 주변을 둘러싼 오름들로 풍경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초원일때도 이쁜 곳인데 눈쌓인 풍경은 더 멋있다.
2시간30분 걸려서 윗세오름대피소 도착. 사진 찍는다고 시간을 많이 뺏겼다.
쉬지 않고 그대로 통과해서 남벽분기점까지 다녀오기로.
눈쌓인 나무 터널을 지나서…운치 있네. 눈이 얼마나 쌓여있는건지 옆에 지지목을을 보면 된다.
좌측으로 북벽.
계곡을 건너 우측으로 돌아가면 남벽 가는 길.
눈이 점점 줄어든다. 멀리 서귀포 앞바다도 잘 보인다.
데크길은 완전히 녹아서 아이젠 하고 걷기는 힘든 곳.
남벽이 보이기 시작한다. 남벽 앞쪽으로 웃방애오름.
고갸에 서서 남벽분기점까지 내려갈건지 고민!! 여기까지 딱 3시간.
방아오름샘을 바라보며 저기까지만 갈까 했으나 내려가면 다시 올라와야 하잖아~
사진과 맘에 풍경을 남기고 돌아서기로.
리턴~ 다시 윗세오름으로 진격하라.
한숨 자고~
1740m. 윗세오름. 남쪽벽면. 눈썰매 타고 싶다~
윗세오름쪽에서 대피소로 귀환하는길. 저 멀리 윗세누운오름 보인다.
대피소에서 바로 남쪽으로 방향을 털어 윗세족은오름 정상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영실방향에서 올라오면 지나게 되는 길. 노루샘은 눈에 묻혀 보이지도 않고.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여기저기 있지만….
눈쌓인 평전이 위험한 이유는 단단하게 쌓인 눈이 아니라서 발이 푹 빠질 경우 아래에 뭐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눈 아래에는 관목덩굴, 돌맹이들이 있기 때문에 다치기 쉽다.
영실 방향의 사람들. 사귀포 앞바다까지 훤하다.
범섬, 서건도, 강정포구까지 잘 보이네.
우리가 올라왔던 어리목 방향. 제주시까지도 보이는군. 날이 정말 좋았나보다.
여기까지 4시간.
이제 하산합시다~
할아버지 짱!!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하는 길에..
시간이 좀 늦어서 그런지 하산길에 사람이 적어서 너무 좋은데…
아~ 언제 또 와보겠나.
어제 올라갓던 도두봉도 보이고. 날씨 최고다.
퀵하산의 비법은 비닐봉다리.
대피소 근처에서 어느 부부가 눈썰매를 타고 있길래 부러워서 가방에서 비닐봉다리 하나 꺼내서 타봤는데 엄청 잘 나간다.
사모님은 나를 버리고선 저거 타고 끝까지 하산 해버리심…
눈이 높에 쌓인데다 등산로는 다져저 있어서 가능.

여행은 타이밍인데 이번엔 겨울날씨와 잘 맞는듯.